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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상

밝은 밤

배고픈 돈까스 2022. 2. 28. 17:57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책

한  문장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그렇게 감탄을 잘하니 앞으로 벌어질 인생을 어마나 풍요롭게 받아들일까 싶었어.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우와, 하면서 살아가겠구나. 그게 나의 희망이었던 것 같아.

 

"하나하나 맞서면서 살 수는 없어, 지연아. 그냥 피하면 돼. 그게 지혜로운 거야."

"난 다 피했어, 엄마. 그래서 이렇게 됐잖아. 내가 무슨 기분인지도 모르게 됐어.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가슴은 텅 비어서 아무 느낌도 없어."

읽은 기간

2022.02.25. - 2022.02.28.

읽은 곳

1/3은 버스 안에서 나머지는 기숙사에서

줄거리

주인공(지연)과 엄마, 할머니, 증조모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주인공과 엄마, 엄마와 할머니, 할머니와 증조모 사이 공통점을 찾아보면서 읽는 것도 나름 재밌다. 비슷하지만 다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느끼고 그 감정을 그대로 음미하면서 읽으려 하면 정말 좋을 거 같다. 나의 할머니나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들어준 책이다.

느낀점

다 읽고 나서 예준이가 읽으면서 엄마, 할머니가 떠올랐다. 책에서 증조모랑 새비 할머니가 서로 지난날을 후회하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예준이가 떠올랐다. 왠지 모르겠는데 그냥 예준이가 떠오르더라. 그래서 예준이 프로필을 보다가 예준이가 웃고 있는 사진이 있어서 예준이에게 보냈다. 가끔씩 이렇게 치근덕거리고 싶은 친구 예준이다.

 

엄마, 할머니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동생이나 나도 어릴 때 풍요롭게 인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나름 풍요롭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그래도 아니면 다시 풍요롭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줬다.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한 경험이 있는가? 난 어릴 때 있다. 나쁜 생각을 여러 번 하다가 그냥 다 끄집어냈다. 그러다가 나에게 나 같은 아들이 생긴다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가끔은 어질어질하면서 가끔은 위로받을 수 있는 아들이 되고 싶다.

 

문장들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가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우리는 눈빛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이상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끝이 날까봐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우리는 싱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을 내려왔다.

<엄마에게 잘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삶의 모든 순간을 오감을 다 동원해 기록할 수 있고 무수한 생각과 감정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레코드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삶의 크기와 같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혼자 스스로 난 결국 불행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다시 돌이켜보면 성공한 경험도 분명히 많다. 불행한 나와 성공한 나 모두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인정하면서 나를 위로해주자.>

 

그래, 똥강아지. 걔가 얼마나 감탄을 잘했는지 몰라. 작은 개구리 하나를 봐도 우와, 커다란 소라 껍데기를 봐도 우와, 늘 우와, 우와, 하는 거야. 그런데 그건 너도 그렇더라. 언니를 보고 커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쩌면 우리 엄마로부터 이어졌는지도 몰라.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그렇게 감탄을 잘하니 앞으로 벌어질 인생을 어마나 풍요롭게 받아들일까 싶었어.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우와, 하면서 살아가겠구나. 그게 나의 희망이었던 것 같아.

<나도 인생을 풍요롭게 받아들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엄마한테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넌 나랑 달라. 그애의 딸이잖아. 엄마가 딸을 용서하는 건 쉬운 일이야."

<잠깐 생각하게 해 준 문장,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 나 같은 아들이 있다면 어떨까.>

 

"하나하나 맞서면서 살 수는 없어, 지연아. 그냥 피하면 돼. 그게 지혜로운 거야."

"난 다 피했어, 엄마. 그래서 이렇게 됐잖아. 내가 무슨 기분인지도 모르게 됐어.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가슴은 텅 비어서 아무 느낌도 없어."

<피하는 것과 피하지 않는 것 사이를 찾는 것이 중요할 거 같다.>

 

예전 같았으면 먼 곳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통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지우도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강한 척하느라  아픔을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그랬다.

<candid>

 

"제가 수저라도 놓을게요."

내가 어정쩡하게 앉아서 그렇게 말하자 할머니는 손을 휘히ㅜ 저었다.

"대접받을 줄도 알아야지."

<대접받을 줄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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